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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확률

윤옥여

월요병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직장에 다니는 일이 먹고 사는 일과 맞닿아 있다 보면 누구라도 늘 일이 즐거울 수는 없을 터다. 나 역시 하루하루 출근하기 싫은 날들을 딛고 꾸역꾸역 몸이 일으키곤 했다. 특히 월요일은 그 상태가 심각해서 도로가 막힐 것을 알고 있음에도 더 이상 미술 수 없을 때까지 기상시간을 늦추곤 했다. 겨우 지각을 면하고 컴퓨터가 부팅을 시작하는 동안 커피 한잔을 준비해 자리에 앉으면 그 순간부터 퇴근하고 싶어진다. 이틀을 쉬고 출근을 한 탓에 몸은 쉬는 것에 더 익숙해져서 눕고만 싶고 오전 내내 가수면 상태를 들키지 않으려 노력해야 했다.
언제나처럼 오전은 더디게 흘러간다. 한참을 열심히 일한 것 같은데도 벽에 걸린 시계의 분침은 좀처럼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유난히 조용한 사무실의 분위기도 더딤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전화벨도, 직원 간에 대화도 오가지 않는 사무실 안은 마치 힙노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잠의 신
가 점령한 성의 어디쯤인 듯 했다. 잠에서 깬지 4시간 남짓 지났을 뿐인데 마치 40시간 이상 깨어있었던 듯 졸음이 몰려온다. 고개가 슬쩍 아래로 떨어졌다 반동에 의해 위로 솟구쳤다. 가운데 칸막이만 있는 사무실에서 내가 조는 모습을 누구라도 봤을 것 같아 주변을 돌아봤지만 다행인지 아무도 내게 신경쓰는 이는 없다.
남편에게서 문자가 왔다. 침묵 같은 오전을 보내고 겨우 기력을 회복한 오후 2시 반쯤이었다. 점심을 먹은 사람들은 슬슬 졸음이 몰려올 수도 있는 시간이지만, 나는 그쯤 되어야 조금 기운을 회복하고 늦은 하루를 시작할 마음이 들곤 했다. 남편이 보내온 문자는 로또 종이가 큼지막하게 찍힌 사진 한 장이었다. 20대 초반부터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복권을 사고 있는 남편이다. 몇 해 전 주택복권에서 로또로 투자처를 바꾼 남편은 매주 2만원이라는 거금을 ‘1주일의 행복’에 투자하고 있었다. 남편의 그런 행동이 나에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불과했지만 별 말은 하지 않았다. 마트 오픈기념 행운권 추첨에서도 당첨되어 본 적이 없는 나에게 로또는 일주일간 가지고 있다가 버릴 종이에 불과했다.
남편의 로또 사랑은 내 기준에서 보면 조금 남달랐다. 여행이라도 가는 날에는 여행지에서 꼭 들르는 곳이 로또 판매점이었고 운전 중에도 ‘1층 당첨된 곳’이라는 현수막을 보면 차를 돌려서라도 그곳에서 로또를 사곤 했다. 어쩌다 토요일까지도 로또를 사지 못한 날에는 6시 전에 슬쩍 집을 나가 근처 로또판매점을 다녀오곤 했다. 로또 번호도 항상 같은 숫자를 선택하곤 했다. 초등학교 첫사랑 번호, 할머니 생일 등 물어봐도 잘 알려주지 않는 나름 조합한 여섯 개의 숫자. 나머지는 모두 같고 마지막 한 자리 숫자만 바꿔 앞뒤를 연결한 로또 4장은 항상 남편 지갑 속에 보물처럼 자리했고, 그런 남편이 내 눈에는 한심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남편이 보내 온 사진을 보며 ‘혹시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 동안 로또를 사는 남편에게 따가운 눈초리를 보냈던 것은 까맣게 잊었다. 매달 10만원이면 적금을 드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고 잔소리도 꽤 했었는데, 고작 사진 한 장에 지난 20년의 잔소리는 모르는 일이 되어 버렸다. 분명 남편은 로또 1등에 당첨이 됐기 때문에 나에게 사진을 보낸 것이리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잔뜩 설레는 마음을 안고 남편에게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 기대치를 조금의 유머로 포장하는 것을 잊지는 않았다.
「여권 챙길까?」

돈벼락 맞을 확률과 그냥 벼락을 맞을 확률은 얼마일까?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통계적으로 814만 5060분의 1이라고 한다. 반면 벼락을 맞을 확률은 대략 160억분의 1이라고 했다. 벼락 맞을 확률보다는 로또에 당첨될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그런 행운이 미친 척 나를 찾아와 준 것은 아닐까? 남편에게 문자를 보내놓고 손끝이 떨리는 것을 다독여가며 컴퓨터 검색 창에 로또 당첨확률을 검색해 보는 동안 조금씩 돈벼락 맞는 꿈은 부피를 키워 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