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작품 소개
  • 문학
문학
100원짜리 풀 빵
윤옥여
100원짜리 풀 빵
작품설명
작품명 100원짜리 풀 빵
출판년도 2020
설명
100원 짜리 풀 빵

윤옥여

한 번 시작된 눈물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목울대가 뻑뻑해지자 마침내 눈물은 서러워지기까지 한다. 들숨이 가파르게 꺾여들며 폐를 반쯤 채운다. 보다 못한 남편이 아침부터 눈물바람이라며 타박을 해도 먹혀들 리 만무다. 그렇다고 딱히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당황스러운 건 나 역시 마찬가지다. 휴지 두 장을 뽑아 힘껏 코를 풀어본다. 그러나 한 번 막힌 코는 힘겨루기라도 하는 듯 더욱 단단한 방어막을 칠뿐이다. 나는 코 속에 휴지를 말아 넣고 다시 한 번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주말 아침, 친정엄마가 사진 한 장을 전송했다. 몇 년 전부터 엄마는 도서관에서 무료로 진행하는 한글공부에 열의를 보이고 있었다. 올 봄부터는 핸드폰 교육도 함께 받고 있는지 자주 꽃 사진을 찍어 보내곤 했다. 사진 속 빨간 게발선인장은 엄마의 좁은 임대아파트 베란다에 왕으로 군림한 듯 했다. 세탁소용 옷걸이를 얼기설기 엮어 만든 울타리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군자란을 희롱하고 있다. 벌써 20년도 더 지난 예전에 허물어진 고향집 뒷마당에 있던 놈들이다. 그 시절 뒤뜰은 온통 군자란 차지였는데, 화분에 옮겨지고 난 뒤 전세가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엄마의 사진 전송을 나는 귀찮아했다. 때문에 내 답장은 늘 뒤늦은 소인이 찍혀 배달되었다. 매일 수십에서 수백 개의 문자와 톡이 배달되는 핸드폰. 수시로 떨고 있는 핸드폰을 보며 관계란 것이 버거울 때가 있었다. 그럼에도 나가버리지 못하는 말풍선 속, 내 답장의 우선순위는 가족 보다는 좀 먼 사람들이 먼저다. 그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일은 복잡하기 때문이다. 엄마에게는 그저 적당한 이모티콘을 슬쩍 날려놓고는 최소한의 몇 자도 적지 않는다. 주말 아침, 문제의 그 사진이 날아왔을 때에도 나는 여느 때처럼 슬쩍 넘겨버리리라 생각하며 핸드폰의 패턴을 풀었다.
사진에 담긴 액자는 전시가 되었던 듯 했다. 액자 한 쪽 귀퉁이에 엄마의 이름이 적힌 이름표가 달려 있었다. 엄마는 사진 외에는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다. 한글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시화전 사진인 듯 했다. 대충 내용을 읽어봐야 적당한 이모티콘을 고를 수 있을 테다. 내 눈은 초점도 맞추지 않고 엄마의 시를 읽어 내려갔다. 비뚤어진 글씨체, 대각선으로 튀어나온 시작점. 좀 봐달라는 듯 글자의 색을 바꿔가며 써 내려간 엄마의 '100원 짜리 풀 빵‘. 내 눈이 마지막 행을 다 읽기도 전에 턱 아래로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100원 짜리 풀 빵
김순분

젊은시절 자식 낳아 키울 때 너무 많이 힘이들었습니다
가진 것은 없고 식구는 많다 보니 하지 않은
일이 없었습니다.
새벽에 인천가서 생선 사서 이고 오다가
공원에서 사먹던 풀 빵 한 조각이 아침 겸 점심입니다.
그리고 이동네 저동네 다니며 팔다보면 하루 해는
져버리고 깜까만 밤이 되어서야 집에오면 왜 그렇게
배가 고픈지 몰랐습니다.
그런 세월을 살면서도 자식만 크면 된다는 생각에
힘든줄도 모르고 살아 왔는데 이제는 자식들에게
짐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제 내 소망은 자식들을
앞에 세우지 않고 내가 먼저 가는 것입니다.




내 나이 열 살 되던 가을, 갑작스런 사고로 넷째언니가 죽었다. 김일 선수가 시원한 박치기로 일본 선수를 제압했을 테지만 옆집으로 구경 갈 엄두는 내지 못했다. 집 안엔 온통 절망이 침묵처럼 깔렸다. 다만 우리는 죽은 듯이 견뎠다. 엄마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부지런히 갯벌로 나갔고, 오빠는 아무렇지 않은 듯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나 역시 마치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이 내 몫이었던 듯 물지게를 져 밥을 짓고 닭 모가지를 비틀었다.
‘열 살 간내가 과부 엄마와 살던 곳 / 물지게를 지며 탈출을 꿈꿨던 곳’. 섬이 아닌 섬, ‘삼도’ 그곳에서 나는 탈출을 꿈꾸며 살았다. 집으로부터, 엄마로부터, 오빠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계속되는 집안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내 일에은 농한기도 없고, 방학도 없었다. 농사가 바쁜 철이면 엄마는 새벽부터
작품목록
1
저작권정책

본 저작물은 윤옥여에 의해 작성된 100원짜리 풀 빵은(는)
"없음"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공공누리

본 저작물은 윤옥여에 의해 작성된 100원짜리 풀 빵은(는)
"없음"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